팔딱팔딱한 별빛의 중청대피소 등반일기 I (설악산)

4
295

부제 : 가지못한 길을 잇기

제작년 여름에 실패했던 코스인 깃대기청봉이 산행내내 눈에 밟혔다. 그땐 자신감만 충만했지 설악산에 대한 난이도나 산행에대한 거리감이 어느정도 인지 짐작치 못했다. 10키로라면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되며 체력이 필요한지 말이다. 한마디로 산행 초보였다. 나는 초보였고 동행인 주임님은 상당한 베테랑이였다. 주말마다 산을 타는 마니아였다. 그런 마니아였기에 어딜가든 문제없으리라 안심도 했었던거같다.

백두대간 오색령 이라고 쓰여진 돌앞에서 포즈를 취한 3 남자
출발점인 한계령휴게소에서 주임님과 차장님과함께 기념촬영 ㅋㅋ

그때 출발점인 ㅇㅇㅇ에서 대청봉 대피소까지 28키로나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무모한짓이였다. 주임님도 평소에 내가 운동을 하니 내체력을 과대평가하고 계신거 같았다. 나 또한 그랬다. 수영도 매일 강습을 받아가며 3년동안 꾸준히 했었던 체력을 믿고 흔쾌히 동참했으니 말이다. 1박2일이라 배낭무게도 장난이 아니였다. 둘이서 삼겹살을 궈먹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왔었다. 배낭 무게만해도 족히 10키로?는 되었으리라…

산 풍경사진
자연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을 배경으로 찍은 셀카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비추는 해를 바란본 사진

오늘도 9키로 산행에 4시간이 좀 넘게 결렸다. 이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28키로를 간다면 12시간은 생각해야했다. 평지도 아닌길을 그것도 10키로가 넘는 베낭을 메고 12시간이라니 산길에 좀 감히 잡히고 내체력에대한 리밋트를 어느정도 아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중청대피소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중청대피소 앞마당의 뷰 클라스! 멀리에는 동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있다.

그때 출발시간은 꽤 빨랐었다. 랜턴을 켜고 올라올정도 였으니 새벽 6시정도? 에 출발을 했으나 초입에 얼마 올라오지 않아 주임님이 핸드폰을 잃어버려 2키로 정도를 다시 되돌아갔다 오셔서 한시간정도를 소비했다. 난 뭐 계곡쪽이서 발담그며 놀고있었지만^^

올라가는 중간중간 길이 갑작스레 돌무더가기 잔뜩쌓인 지형으로 바뀌어 산행자체가 더뎌젔다. 두발만으로 지나갈수없는 징검다리식의 돌무더기 지형이였다. 고난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였다. 돌무더기를 지날때마다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동시에 걱정과 불안이 또한번 나를 지치게했다. 산행초보가 하루에 28키로라니…

10키로쯤 걸어 상당히 지쳐있을때쯤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산봉우리 주위는 온통 구름으로 뒤덥였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돌무더기 지형이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크고작은 돌무더기를 5~6군데는 지나온거 같았다. 비가 오지 않았을 때에는 그럭저럭 지나왔지만 젖어있을때는 전혀 달랐다. 바위 표면이 젖어 두발로 걷기엔 미끄러워진것이다. 그때부턴 거의 기어가기 시작했다. 주임님은 도중에 미끄러져 발목에 상처까지 생겼다. 베테랑도 그랬으니 나는 오죽했을까..

온몸은 계속 내리는 비와 풀을 스치며 베어오는 물기에 속옷에서 등산화까지 죄다 젖은상태가 됐다. 15키로미터쯤 왔을까 기존의 지나온 지형과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나게 넓은 돌무더기 지대가 펼쳐졌다. 규모에 한번죽고 방향감각에 두번죽었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잘안되었다. 가다가 막다른 절벽이 나와 두번을 진로를 바꿨다. 절벽을 봤을때 정말 아찔했다. 깃대기청봉이라는 곳이었다. 우리는 지대로 깃대기를 맞았다. 정신이 가물가물할만큼… 설악산의 악자기 입에서 자연스레 튀어 나왔다. 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에서 핸드폰 네비게이터도 제대로 볼수없어 감만으로 내려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고군분투하며 필사적으로 돌무더기 지대를 내려와 정신을 차려보니 계획했던 코스를 완전히 지나왔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지나던 길은 나있어 네비게이터를 확인해보니 비법정 탐방로였다. 더이상 되돌아갈 체력도 자신감도 없었다. 가파른 비법정탐방로를 내려가면서부터 체력은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다리가 서서히 풀렸다. 가파른데다가 둘레가 1미터는 됨직한 아름드리 나무들도 중간중간에 쓰러져있어 밑으로 기거나 올라가 넘어야했기에 진로를 더욱 더디게했고 무릎에 무리가 심하게 왔다. 우리가 내려간 길은 거의 계곡 물길이였던거 같다.

그 길의 중간에 하늘로 끝도없이 곧게 솓아오른 아름드리 소나무를 한그루 보았는데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불행한 상황에서의 뜻밖의 광경이였을까나… 그렇게 높은 소나무는 처음봤다. 기진맥진한 상황에서도 소나무와 헤어지는 안타까움이 들어 한동안 소나무를 안기도 했었다. 비록 소나무였지만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그렇게 두다리를 질질 끌다시피하며 3키로 정도를 내려왔을까. 시간은 오후6시가 다되어 어둑어둑 해지고 비는 더 거세져 지칠줄을 몰랐다. 한계령의 구불구불한 도로가에 뚝 떨어졌다. 조금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아무 차나 무작정 잡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않아 하얀봉고한대를 잡았다.

돌과 나무가 가까이에있고 멀리 펼쳐진 산맥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우리가 너무 젖어 짐칸에 타겠다고 했더니 상관없다며 뒷좌석을 흔쾌히 내주셨다. 그렇게 마음이 안정이 되고나니 조난 당할뻔했던 아찔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근처 마을에 사는 아저씨였는데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셨다. 큰일날뻔했다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자기네 마을에 모텔이 있으니 거기서 묵으라고 하여 그 마을까지 따라갔다. 너무 고마워 저녁도 같이 먹자했다.

모텔에 도착해 추운몸을 따뜻한물에 녹이며 샤워를 했는데 얼마나 행복하던지… 큰일을 격고 나니 작고 사소한일들도 뭐든 이벤트가 되었다. 주임님은 씻고 잠깐 바닥에 눕자마자 30초도 채 안돼 크게 코를 골만 단잠에 빠지셨다. 그렇게 나도 한시간남짓 잤을까? 일어나보니 다리가 만신창이였다. 무릎도 발목도 통증이 장난이 아니였다.

저녁약속은 했기에 뿌리는 파스를 모기잡듯이 뿌려대고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끌고 아저씨를 만나 근처 돼지갈비집으로 갔다. 사장도 그 아저씨와 친구였다. 이래저래 무용담을 풀어놓으며 고기를 씹었는데 그것도 얼마나 맛있고 행복하던지 ㅠㅜ 반찬들도 굉장히 맛있었다. 내가 살아있음에 무한 감사했다. 안도의 술잔을 몇번 주거니 받거니 하니 피곤해서인지 취기가 확 올라왔다. 그렇게 모텔로 돌아와 배도 든든하겠다 말그대로 꿀잠을 잤다. 허름했지만 너무나 아늑했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나 아쉬운 마음에 근처 계곡을 가기로했다. 도처에 계곡이 깔려있었다. 계곡이름도 위치도 이젠 잘 모르겠다. 굉장히 시원했고 다슬기들이 많아 한참 잡았다는 기억밖에 없다. 그렇게 물놀이인지 다슬기 잡이인지를 하다가 급 출출해져서 원래는 산장에서 궈 먹으려했던 삼겹이들을 계곡 주차장 귀탱이에서 자리를 깔고 궈먹었다. ㅋㅋ 졸맛탱 ㅎㅎ! 그렇게 피날레를 장식하고 귀가를 했더랬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많은 교훈과 경험을 할수있었던 알찬? 산행이였다. 언젠간 다시 정복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면서…

세남자의 대청봉 등산 기념사진 1 세남자의 대청봉 등산 기념사진 2 세남자의 대청봉 등산 기념사진 1

비록 8키로 조금 넘는 짧은 코스로 못다온 길을 이어 오지못한 중청대피소에서 지금 나는 잠을 청하지 못하고 이글을 쓰고 있다. 겨울산행에 묘미인 눈꽃을 보지못해 좀 아쉽지만 그때 오지못한 길과 중청대피소를 다시 왔다는것에 굉장한 의미가 됐다.

멀리 펼쳐진 겨울 산맥의 능선들
이정도면 한국판 장가게라 할만하지 않은가

뭐든지 무리를 해선 안된다는 나의 모토에 딱맞는 오늘의 산행이였고 내 자신을 뒤돌아 보고 회상할수 있는 산행이였다. 병풍처럼 늘어져있는 능선들과 상어 이빨같은 뾰족뾰족한 돌산들이 한국판 장가게를 보는것 같았다.

저녁으로 먹은 삼겹살과 목살은 비싼 암소고기같은 맛을 냈다. 깔라만씨를 섞은 기분좋아지는 물은 저녁만찬의 정점을 찍었다. 모든게 완벽한 하루였다고 자평한다.

이쯤되면 겨울산행도 한번 가봐야하지 않겠는가? 미리알고 준비하자 겨울산행!

중청 대피소의 모습
대청봉 바로 밑에 있는 중청대피소

내 남은 인생도 오늘만 같아라.
찰라의 생이지만 마음껏 즐기다 행복하다 가주리라.

4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