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방비치 – 국제호구의 빈곤한 낚시배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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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진 배

자고로 낚시꾼이라면 낯선 해외의 바다에서도 낚시줄을 던져보고 싶을 거예요. 오늘 들려드릴 필리핀에서의 낚시이야기는 그리 대단히 크고 웅장한 물고기를 잡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돈을 내고 했던 낚시중에 가장 빈곤한 낚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필리핀에 있을 때 푸에르토 갈레라(Puerto Galera) 지역의 사방 베이(Sabang Bay)에 있는, 도시와는 멀리 떨어져 한적한 곳에 묵게되었는데요. 상쾌한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나니 숙소에 묵던 손님들은 대부분 다이빙하기위해 배를 타고 나갔어요. 남은 사람들은 저를 포함해 그날 다이빙을 나가지 않는 몇 분이 리조트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죠.

애초에 바탕가스에서 리조트앞까지 배를 타고 들어온 터라 가장 가까운 어촌마을인 사방(SABANG)에는 아직 못 나가본 때였습니다. 숙소주변엔 아무것도 없기때문에 주변에선 딱히 할게 없어요. 이 동네에서는 사방이 그나마 큰 동네라고 하니까 가서 뭐 기념품 가게라도 들러보고 구경이나할까하고 그다지 특별한 계획도 없이 사방에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블로그등 관광, 여행 이야기에서 으레 ‘사방 비치‘라고 하면 제가 다녀온 푸에라토 갈레라 지역의 사방이 아닌, 팔라완(Palawan) 섬에있는 푸에라토 프린세사 지역의 사방 비치를 얘기해요. 제가 다녀온 사방은 민도로(Mindoro)섬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에 지나지 않아요. 이곳은 스킨스쿠버 다이버들에 의해 유명해진 곳이죠.

 

숙소에서 사방 비치로 가는 길

마코 후미(markoe cove) 만 앞에 자리잡고 있는 제가 묵고있던 리조트에서 사방비치까진 3.7km정로라서 거리가 가깝진 않아 뭔가를 타고나가야 했는데요. 이 코스엔 정기적으로 다니는 대중교통이 없어요.리조트 카운터에 얘기하면 불러다 준대요. 그런데 마침 현지인 여자분이 오토바이를 불러서 나가는 길이라더군요. 그걸 함께타고 가기로했죠. 그래서 오토바이 운전기사님, 저 그리고 제뒤에 어여쁜 여자분 그렇게 셋이서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

3.7킬로미터의 거리, 차로 약 15분

가는길에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와 공기 좋다’라며 짧은 오토바이 여행을 누리고 싶었지만 현실은 길가에 보이는 거라곤 썩어문들어져가는 큰 야자수나무에 진흙탕 비포장도로가 반, 오르막 내리막 길이라서 많이 흔들렸어요. 중간중간 먼지를 풀풀내며 공사 중인 이곳은 오지였을뿐. ‘아, 이왕이면 좀 해변도로를 만들지…’

이제 사방에 도착해 요금을 계산하려고 얼마냐고 물으니 여자분이 오토바이 기사분이랑 따갈로그어(현지 언어)로 대화를 주고 받더라고요. 그리곤 여자분이 영어로 말하길, 요금은 140페소래요. ‘저기요. 제가 지금 영어로 묻고 있잖아요. 저 지금 아가씨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요? 왜 내 질문을 통역하듯이 전달하고 그래요?’. 어째 수상한 느낌은 있었지만 “140페소?”하고 돈 세서 냈죠. 그랬더니 여자분이 저더러 땡큐래요. ‘아…내가 방금 두 사람분 요금을 계산한 거구나.ㅎㅎㅎ’

‘야 년아, 니껀 니가 내라 이년아!’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한국 남자들은 또 예쁜 여자들 앞에선 호구도가 충만하지 않겠습니까? 호구도가 뭐냐고요? 그 있잖아요, 기사도. 호구도…

 

스쿠버 다이버들의 휴양지 SABANG

사방비치에는 다이버샵과 숙소를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되어있는 어촌마을이더군요.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교통수단(오토바이, 트라이시클)과 다이버샵, 술집이 보였을 뿐 딱히 뭐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평범하디 평범한 시골길, 부랑자가 죽치고 앉아있던 마닐라 골목보다는 부지런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있는 평범한 동네군요.  중간 중간 어디가는 길이냐 내가 태워다주겠다며 탈것으로 영업하시는 분들이 있네요. 저는 그냥 하릴없이 마실 나온터라 걸어서 골목 골목을 지나 해변쪽으로 나왔더랬죠.

얕은 해변에 작은 배들이 정박해있다.
사방비치 해변에 정박해있는 작은 배

사방비치의 해변가는 이렇게 생겼네요. 모래사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얕은 물에 배들이 정박해있는데요. 수영치고 일광욕하는 해변을 생각했건만 전.혀. 아니었어요. 사방에는 숙소와 상가가 늘어서 있고 바로 앞에있는 해변은 해초가 자라는 얕은 물에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 머무는 다이버와 관광객을 실어나르려고 배를 정박해둔 항구일 뿐이었습니다.

사진: 사방 앞 해변가에 자리잡은 펍(Pup)에서 맥주한잔하며 후지캠으로 찰칵!

다이버들을 상대로 장사가 잘되는 동네인지라 술집도 있고 상가의 생활폐수가 조금씩 흘러들어가기도 해서 냄새가 좀 나더군요. 별로 걷고 싶진않은 자갈이 많은 해변이예요. 사방의 상가 앞은 그렇고 근처 주변에 조금만 나가도 작은 해변들이 많아요.

작은 배를 가진 선주님들이 요금을 받고 근처 다른 해변으로 관광객을 실어다 날라주며 먹고 살고 계시더라고요. 사방 주변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굳이 배를 타지 않아도 오토바이를 타고도 주변 다른 해변으로 이동이 가능할 거예요.

사방 마을 안쪽이든 해변가든 걷고 있노라니 사진과 그림이 그려진 안내판을 보여주며 어디 비치로 가면 이런것도 볼 수 있고 이런것도 해 볼 수 있다며 영업을 하더라고요. 딱히 큰 관심은 없어서 가격도 안물어봤지만 스노클링정도는 해볼까도 싶더라고요. 스노클링은 결국 따로 다음 날 친구와 함께 숙소 앞에서 공짜로 했더랬죠.

바다쪽에서 바라본 SABANG

 

필리핀에 온 김에 낚시나 해볼까?

아무래도 혼자 나온 상태라 뭐 특별히 하고 싶은것도 없었고 한 해동안 힘들었던 한국 일상에서의 도피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저였는데 정말 마르고 처량한 차림의 아저씨가 저에게 다가오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분도 배를 가진 선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어김없이 장사를 하시던 분이었죠.

안내판을 보여주며 스노클링에 주변해변경관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하는데 그럼 낚시를 해볼까하고 하나씩 보니 낚시관광상품은 없었어요. 낚시는 못하냐고 물으니 마침 자기 전직업이 낚시꾼(fisherman)이었다는 거에요! 자기네 집에 낚시장비가 있으니까  집에 들러서 낚시도구를 가지고 오면 된다더군요. 오, 낚시 전문가?

그런데 낚시 두 시간하는데 2000페소를 달래요. 핸드폰 환율앱을 열어서 재빠르게 계산을 해봤죠. 한국돈 4만원을 넘기는 가격인데다가 사실 이정도면 필리핀 여행사 관광패키지로 호핑투어를 구매하면 짧은시간이라도 스노클링도 하고 푸짐한 식사까지 먹을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음.. 두 세배는 비싼데…’

지난번에 마닐라 수산시장에서 수산물 살 때도 필리핀에서는 꼭 흥정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던터라서 아마도 1000페소만 줘도 배를 태워 줄 거란걸 알았죠. 그런데 자기 배에 타라고 영업하시는 이분의 행색이 얼마나 처량해보이던지, 좀 도와드라고 싶은 맘이 드는거예요. 이거 2만원, 얼마나 한다고 힘들게 사는 분한테 또 가격을 깍고 그러냐 하는 생각에 그냥 다 2천페소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 이렇게 호구노릇하면 안돼는데…’

국제호구의 변명이지만 이런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게, 필리핀은 우리 기준으로  많이 가난해요. 나름 필리핀의 수도라고하는 마닐라의 거리에서 수 많은 부랑자들의 참담한 삶을 목격하고 난 뒤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수 밖에 없더군요. 이분 몸은 너무 마르셔서 진짜 당장 뭐 안 먹으면 쓰러지게 생겼었다니까요. 자기 배라며 소개한 노란배는 아래 사진처럼 생겼어요.

가난한 삶을 지탱해주는 작은 배

미끼를 따로 사야했는데 사방 한 쪽 수산시장으로 안내를 받아 재래시장에서 생새우 100페소 어치를 구입했습니다. 필리핀돈 100페소면 2018년 환율 기준으로 2200원이예요. 대하만한 크기의 죽은 왕새우를 10마리정도 주더군요. ‘음.. 이정도면 그냥 소금구이로 내가 먹으면 안돼나…’

배위에서 새우를 작게 토막내고 있는 선장님

 

 

배의 엔진은 다 낡아빠졌는데 배 가운데에는 어디 경운기 대가리만도 못한 엔진룸이 작게 자리잡고 있었어요. 엔진에 시동을 걸기위해서 줄을 감고 당기기를 수차례, “투앙 퉁.퉁.탕. 탕. 쿨럭~ 퉁퉁퉁퉁퉁” 하고 숨넘어갈 것같은 굉음을 내며 마침내 출항합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사방 앞바다를 가로지르며 주면 작은 해변들을 구경하며 타지에서의 낯선바다를 나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선장님도 오늘 이렇게 손님을 태워서 기분 좋으신가요?’ 뒤를 돌아보니 엔진룸에 들어찬 물을 작은 바가지로 퍼내고 계시느라 분주한 모습이더군요.

‘저기요. 우리 이러다 침몰하는거 아니죠?’

빅 라라구나 비치를 바다쪽에서 바라본 풍경
사방비치 옆에 있는 빅 라라구나 비치 (Big Lalaguna Beach)

중간에 선장님이 낚시도구를 가져오려면 자기네 집에 들러야한다며 작은 어촌마을에 잠시 정박했습니다. 그리고 잠시뒤에 낚시장비라며 가져온 이것.

‘응?’  세상에 이렇게 빈곤할 수가 없습니다. 낚시 봉돌대신 어디 공사장에 쓰이는 콘크리트 철근을 끊어다가 묶어놓은 이런 꼴이라니…제가 초딩때 망둥어 잡을때도 이런 볼품없는 장비는 안썼거든요? 낚시대는 고사하고 줄낚시인 것까진 이해해보겠는데, 전직 어부셨다면서요? 저기요? 노인과 바다 주인공이세요?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이분이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같아요.

이렇게 열악한 낚시 환경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또 왜이래 예쁜지… 일용할 양식으로 쓸 물고기라면 그래도 블랙마우스 앵글러 처럼은 생겨야 기꺼이 내안의 작은악마를 끄집어내서 칼을 들고 푹찔러서 배를 가를텐데…얘는 너무 귀여워. 널 낚은 내가 나쁜놈이다. 죄책감이 들었어요. “저기요. 이거 못먹죠. 먹는거 아니잖아요… 이쁜데…”

역시 열대어는 물속에 있을 때가 제일 귀엽고 예뻐요. 제가 잡고싶은 건 이런애들이 아니었는데 선장님이 산호초 주변에서만 낚시배를 대셔서 이런 애들이 올라오나봐요. 결론은 올라오는대로 다 놔주거나 선장님드리고 참치같은 거 더 큰거 잡으러 가자고 했더니 그러면 먼바다로 나가야한다면서 못나간대요. 여기도 물고기 많다고… ‘주변에 참치같은게 있긴 한가?’

다음에 동남아나 필리핀으로 낚시여행갈 일이 있으면 전문 낚시배를 알아봐야겠어요. 이왕이면 역시 트레발리나 그루퍼같은 먹을 만한 대물을 노려야죠. 필리핀 갈 땐 낚시를 위해서 루어 낚시대랑 베이트릴 정도는 가져오든가 해야지 원…. 다음부터 필리핀 사방비치 여행은 물 속 구경하러 스노클링이나 다이빙만 하는 걸로하고 더이상의 호구짓은 “NEVER”.

 

돌아오는 길.

트라이시클(삼토바이)를 탈까 오토바이를 탈까하다가 숙소에서 나설때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어요. 올 때 내렸던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니 역시 오토바이 기사 중에 눈치빠른사람이 다가 오더군요. 올 때 줬던 인당 70페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100페소 달라길래 싫다고 50페소를 부르니 냉큼 태워주더라고요.

빈곤하고 허접한 낚시여행 배삯 2000천 페소는 군소리도 안하고 다 줘놓고는 돌아가는 길에 오토바이 요금은 우리돈 2천원밖에 안하는 거 그걸 또 반 깎고있고…나 참 이율배반적이다. 가는길에 도착지까지 거리가 멀어서 더 받아야한다며 아쉬운 소리를 하긴 하셨지만 다른 대중교통과의 경쟁속에 제 흥정유혹을 쉽게 뿌리칠 순 없으셨겠죠. 그리고 사실 3.7킬로미터면 그리 멀진 않잖아요.

같은 오토바이라는 교통수단을 아용해도 숙소에서 나설 때보다 20페소 싸게 주고 돌아가는 것에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필리핀 여행의 참맛은 흥정이구나’. 숙소에 도착해선 오토바이 기사님이 저더러 자기 팁은 안주녜요.

 “저기요! 당신한테 방금 돈 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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